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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7. 16:02 음악/영화 & 드라마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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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의 교향악(Fruehling sinfonie) 독일/ 페테 샤모니 감독/ 103분/ 1982년
클라라와 슈만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피셔 디스카우. 빌헬름 켐프 등의 정상급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 영화. '트로이 메라이'를 비롯해 슈만과 베토벤, 멘델스존의 곡 등 47편이 등장한다. 헤르베르트 게네마이어가 슈만으로 나스타샤 킨스키가 클라라로 출연하여 슈만 부부의 사랑과 음악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2. 이노센트(the innocent) 이탈리아/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 115분/ 1976년
비스콘티의 유작. 19세기 탐미주의 소설가인 가브리엘 다눈치오의 소설을 재현한 것으로 애욕으로 몰락하는 귀족가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 나온다.

3. 위크엔드(weekend) 이탈리아, 프랑스/ 장 뤽 고다르 감독/ 103분/ 1967년
고다르. 영화사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은 빼 놓을 수 없다. 피와 폭력, 인육을 먹는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이 영화 '위크엔드'에서는 시골 농가마당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며 '모차르트 소나타 제9번 D장조. 비틀즈도 롤링 스톤즈도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모차르트 음악이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영화.

4. 피아노(piano) 호주/ 제인 캠피온 감독/ 1993년
바닷가의 피아노. 그리고 여인이 서있고 아이는 뛰논다. 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만으로는 이 영화가 매우 낭만적일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뉴질랜드 한 어촌에 피아노만 하나 달랑 들고 시집 온 여자. 그러나 곧 피아노를 '구하기 위해 '동네의 한 남자와 협상을 벌이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들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마이클 나이만의 일렁이는 피아노 음악이 여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5.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프랑스/ 장 뤽 고다르 감독/ 89분/ 1959년
누벨 바그의 시대의 활짝 열어 젖힌 기념비적인 작품. 훗날 리차드 기어가 등장한 '브레드레스'는 이 작품을 미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물론 이 '네 멋대로 해라'에는 비할 수 없다. 페트리샤(진 세버그 분)는 그 방탕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대책없는 신세대 아가씨는 이렇게 말한다.“아버지가 클라리넷 주자였거든.”

6. 크레이지조(crazy joe) 미국, 이탈리아/ 카를로 리차니 감독/ 100분/ 1974년
마카로니 웨스턴이 판치던 시절에 만들어진 합작영화. 이탈리아 출신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카스테레오를 통해 크게 울려 퍼진다. 그리고는 그대로 절벽으로 자동차들을 내몰며 뛰어 내리는 장면. 마치 '페드라'에서 바흐를 틀어 놓은 채 절벽으로 죽음의 다이빙을 하는 장면과도 같다.

7. 러브 스토리(love story) 미국/ 아서 힐러 감독/ 99분
“스물 다섯 살로 세상을 떠난 그녀. 바흐와 비틀즈와 모차르트, 그리고 나를 사랑했던 그녀. 그러나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젊은 날의 라이온 오닐이 읊조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최루성 멜러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F장조의 알레그로,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제 3번 D장조가 불치병과 싸우면서도 늘 쾌활한 모습을 지닌 제니퍼(알리 멕그로우 분)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8. 코치(kotch) 미국/ 잭 레먼 감독/ 113분/ 1971년
음악을 좋아하는 코치 아저씨가 등장하는 훈훈한 코미디 영화. 이 늙은 코치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레코드로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중 '단두대로의 행진'이다. 늙은 노인이 서운한 마음으로 듣는 '단두대로의 행진'. 역설적인 곡 배합이다.

9. 겨울 나그네 한국/ 곽지균 감독/ 1986년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이 음악을 맡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보리수'등 전편을 클래식으로 수놓는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클래식이 주요 음악으로 등장한 영화.

10. 사랑의 교향악(sinfonia d`amdre) 이탈리아/ 글라울 펠레그리니 감독/ 98분/ 1954년
'아베 마리아', '미완성교향곡', '즉흥곡', '죽음과 소녀' 등과 베토벤의 교향곡 5번, 9번,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서곡,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 등이 나온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10년의 생애를 바탕으로, 사실적 전기 영화라기보다는 자유로운 드라마 투르기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11. 빅맨(the big man) 이탈리아/ 미켈레루포 감독/ 120분/ 1972년
갈라진 턱으로 강인한 인상을 보여 주었던 커크 더글라스가 도둑으로 출연한 이탈리아 작품.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을 틀어놓자 컴퓨터의 보안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도둑놈이 모차르트를 들으며 등장할 것을 컴퓨터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 모차르트를 들으며 200만 달러를 훔치는 장면은 참으로 유쾌하다.

12. 맨하탄(manhattan) 미국/ 우디 알렌 감독/ 96분/ 1979년
전형적인 뉴요커 우디 알렌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가 주제가처럼 계속 흐른다. 우디 알렌은 다이안 키튼을 꼬셔내기 위해 연주회를 가는데 그 레퍼토리는 다름 아닌 모차르트의 교향곡 '주피터' .우디 알렌은 예의 그 선병질적인 모습으로 계속 중얼거린다.“난 모차르트 교향곡 '주피터'가 좋아. 그 중에서도 특히 2악장.”남루한 우디 알렌이 남성적인 '주피터'를 좋아한다는 대사가 여자 앞에서 강해 보이고 싶다는 심리의 반증이라 흥미있다.

13. 아메리카 교향악(rhapsody in blue) 미국/ 어빙 래퍼 감독/ 139분/ 1945년
조지 거쉰의 전기영화로 흑백영화다. 발터 담로슈, 야샤 하이페츠, 모리스 라벨, 라흐마니노프 등 세기초의 명 음악가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거쉰이 작곡한 거의 모든 음악이 등장한다. 거쉰의 연애 부분을 빼고는 거의 사실에 가깝다.

14.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les uns et les autres) 프랑스/ 끌로드 를루슈 감독/ 184분/ 1981년
'남과 여'로 널리 알려진 끌로드 를루슈 감독이 만든 예술가들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 2차 대전의 전후를 배경으로 편을 갈라 싸워야 했던 예술가들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 춤을 추는 오프닝이 몇 개의 단편이 끝난 뒤 마지막에도 등장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리스트의 전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쇼팽의 프렐류드 등이 흐른다. 유대인 가스실에 끌려가면서도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과 '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카라얀, 망명하는 이토비치(누레예프가 모델)등이 인상적인 대작 예술영화.

15. 코마(coma) 미국/ 마이클 클라이튼 감독/ 113분/ 1978년
섬짓한 의학 드릴러. 소설가인 마이클 클아이튼이 직접 감독을 했다. 환자를 혼수상태로 만들어 장기를 매매하는 바로 그 수술장면에서 비발디의 '사계'. 아이러니컬하기에 더욱 섬짓하다.

16. 물망초(vergiss mein nicht) 서독, 이탈리아/ 아르투르 마리아 라베날트 감독/ 110분/ 1959년
테너 탈리아비니가 출연하는 본격 음악영화. 아이 딸린 홀아비 가수인 그가 사랑과 결혼에 성공하는 내용의 영화로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건만', '사랑의 묘약' 중에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등과 이탈리아의 가곡들을 탈리아비니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음악은 빈 국립 가극장 오케스트라가 맡고 있다.

17. 아마데우스(amadeus) 미국/ 밀로스 포만 감독/ 158분/ 1984년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음악 영화. 피터 쉐퍼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아카데미상에서 8개 부분을 휩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느 곳에나 있는 범인(凡人)들아. 너의 죄를 용서하리라!' 라고 절규하는 살리에리의 위로 흐르는 피아노 협주곡 제 20번의 2악장은 참으로 가슴 저릿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네빌 마리너와 성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이 음악도 만점.

18. 왈츠의 왕(the waltz king) 미국/ 스티븐 프레빈 감독/ 95분/ 1963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로 성공하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전기영화. 아들과 아버지의 '박쥐서곡', '라데츠키 행진곡'등 다양한 음악이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나온다. 디즈니의 텔레비젼 영화.

19. 악마는 밤에 온다(les visiteurs du soir) 프랑스/ 마르셀 카르네 갑독/ 95분/ 1960년
프랑스 영화의 '시적 리얼리즘'시대를 개척한 명감독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지휘자 샤를르 뮌쉬가 함께 만든 중세 프랑스 배경의 연애물.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을 레지스탕스 영화로 분류하는 평론가도 있다. 르네상스 시기의 프랑스 음악들이 담겨있다. 연주는 파리국립 오케스트라.

20. 카네기홀(carnegie hall) 미국/ 에드가G울머 감독/ 134분/ 1947년
세미 다큐멘터리 흑백영화이다. 브루노 발터, 스토코프스키, 담로슈, 로진스키, 하이페츠, 에치오 핀자, 루빈스타인, 릴리 폰즈, 피아티고르스키 등 당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음악인들이 모두 등장한다. 음악은 뉴욕 필이 중심이 되어 연주된다. 카네기 홀의 청소부로 시작해서 홀 지배인이 된 어머니와 파퓰러에 심취했던 그녀의 아들에 관한 휴먼 스토리가 포함되어있다.

21. 베니스에서 죽다(Death in Venice) 이탈리아/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 1971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대가인 루치노 비스콘티의 작품.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한 영화로 말러의 교향곡 5번의 꿈꾸는 듯한 4악장 아다지에토가 압권이다. 사창가에서 들려오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이탈리아의 네오 시네마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휴머니티의 정점을 느끼게 해준다.

22. 파이브 이지 피시스(Five easy pieces) 미국/ 밥 라펠슨 감독
'이지 라이더',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등의 아메리칸 뉴 시네마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70년대 작품. 음악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노동자로 일하던 잭 니콜슨의 청년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c단조 k.396가 청춘의 방황과 비정한 현실을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쇼팽의 전주곡 4번 e단조와 당시의 컨트리 음악이 보조 테마로 사용된다.

23.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미국/ 더글라스 서크 감독/ 1958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저명한 작가 레마르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유대인을 쫓는 악질 게슈타포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치는 장면이 압권으로 각인되는 전쟁물. 베토벤의 소나타 제23번'열정'이 전편에 흐른다.

24. 파드레 파드로네(Padre padrone) 이탈리아/ 타타아니 형제 감독/ 1977
1977년 칸느 그랑프리를 탄 작품으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v622전곡이 중심테마로 쓰이고 요한 스트라우스 '박쥐'서곡이 보조 테마로 간간이 등장한다.

25. 지옥(Inferno) 독일/ 프랑크 위스바 감독/ 1958
베를린 영화제에서 독일영화로 작품상을 탄 전쟁물로서 스탈린 그라드 전투에서 잠시 시체를 수거하기 위해 휴전한 독일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버려진 피아노에 다가간 피아니스트 출신 독일군 소위.베토벤 소나타 제23번 '열정'의 2악장을 연주한다. 음률도 맞지 않고 손이 얼어 연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이 영화속의 '열정'만큼 가슴 벅찬 연주는 듣기 힘들다.

26. 경연(The competition) 미국/ 조엘 올리안스키 감독
국제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디트리크(드레이피스 분)와 12명의 세계각국 음악도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모여 콩쿠르를 연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 음악에 대한 애정이 그려진 작품. 다양한 피아노 협주곡이 등장한다. 베토벤 협주곡 제 5번 '황제', 리스트 협주곡 제 1번 f장조, 브람스 협주곡 제 1번, 쇼팽 협주곡 제 1번, 모차르트 협주곡 제 26번 '대관식',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제 3번, 생상 협주곡 제 4번, 슈만 '사육제'등 다양한 음악이 선 보인다. 주인공 디크리크와 하이디(포스터가 끔찍했던 영화'캐리'의 타이틀 롤이었던 에이미 어빙이 분하고 있다)가 실제로 피아노를 치고 있으며 두 사람의 연탄장면은 기억할만한 러브 신 중의 하나.

27. 환상곡(Rhapsody) 미국/ 찰스 비도어 감독/ 1954
22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형적인 멜러 음악 드라마. 바이올린 지망생인 청년과 피아니스트 지망생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연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이 영화 전반을 누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쇼팽의 발라드 op.23의 1g단조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들이 등장한다.

28.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 /aimez vous brahms) 미국/ 아나톨리 리트바크 감독/ 1961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 이수(離愁)라는 달짝지근한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제목에서처럼 브람스의 곡이 대거 등장한다. 교향곡 제 3번의 3악장, 역시 3번 교향곡의 1악장을 피아노 2중주로 편곡한 곡, 교향곡 1번 op.48의 4악장 등 우리 나라 관객이 좋아할 만한 곡들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애띤 모습도 좋고 음악감독 조르주 올리크의 브람스 편곡도 썩 괜찮은 달콤한 멜러물이다.

29. 연인들(Les amants) 프랑스/ 루이 말 감독/ 1958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굿바이 칠드런' 등과 최근작 '데미지'로 잘 알려진 누벨바그의 기수 루이 말이 연출한 작품.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품인 이 '연인들'의 개봉으로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탐미적인 러브신과 브람스.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도 하지만 숨막히는 여체의 아름다움과 브람스는 압권이다.

30. 세 개의 사랑 이야기(The story of three loves) 미국/ 빈센트 미넬리 감독/ 1953
팝 가수라이자 미넬리의 아버지인 빈센트 미넬리가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질투심 강한 여자', '마드모아젤', '균형', 이 세 개의 짧은 에피소드를 론도 형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이전에 '파리의 아메리카인'에서 음악적 소양을 충분히 보여준 감독이어서 인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43이 3개의 짧은 영화에 통일성을 부여하면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절묘하게 쓰이고 있다. 왕년의 명배우 커크 더글라스가 공중곡예사로 등장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31. 미완성 교향악(Leise flehen meine lieder) 오스트리아/ 윌리 포르스트 감독/ 1933
슈베르트의 전기적 영화로 '보리수', '들장미', '송어'등 슈베르트의 거의 모든 곡이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특히 슈베르트로 분한 한스 야라이는 한 동안 '슈베르트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너무나 닮아 있다. 30년대의 빈 필하모닉, 치고이네르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너무나 서정적으로 들린다. 아주 옛날 영화이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팬이 많은 작품.

32. 오케스트라의 소녀(One Hundred Man and Girl) 미국/ 헨리 코스터 감독/ 1937
대공황의 악몽이 채 끝나지 않은 때 만들어진 불멸의 음악 영화. 실업상태의 연주자인 아버지를 위해 실업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게 하고 당대의 대지휘자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이 영화에서 실명으로 등장한다.)를 속여 이 실업자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하게 하는 기특한 소녀의 코미디 영화. 다분히 미국적인 영화이지만 스토코프스키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알렐루야' 리허설장에 뛰어들어서 노래하는 소녀 패트리샤(디아나 더빈 분)의 모습과 스토코프스키의 저택에 아버지와 실업자 오케스트라를 몰래 데리고 들어가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제 2번을 연주하게 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콘서트 장면('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업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감명을 받은 스토코프스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지휘하는 장면의 연기는 그 어느 직업 연기자의 연기보다 더 사실적이고 아름답다.

33. 카운트 포인트(Count Point) 미국/ 랄프 넬슨 감독/ 1968
독일군에게 포로가 된 미군 오케스트라와 음악을 사랑하는 독일 장군의 이야기.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4악장이 전장을 배경으로 서로 적대관계에 있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공감하게 한다는 내용. 지휘자 역의 찰톤 헤스톤의 연기도 좋지만 독일 장군의 역의 막시밀리안 셸의 갈등하는 장군 역활이 가슴 저미는 인간미를 보여준다. 물론 미군은 좋은 편, 독일군은 나쁜 편이란 헐리우드식의 도식이 있지만 음악을 매개로 한 휴먼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는 높다.

34. 사랑의 노래(Song of Love) 미국/ 클라렌스 브라운 감독/ 1947
널리 알려진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을 영화화한 작품. '사육제', '아라베스크', '트로이 메라이', '헌정'등 슈만의 작품은 물론 브람스와 리스트의 피아노 곡이 풍성하게 등장한다. 클라라 역의 캐서린 햅번과 슈만 역의 폴 헨리드('카사블랑카'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남편으로 나온 배우)의 연기가 애잔하다.

35. 애심(The eddy duchin story) 미국/ 조지 시드니 감독/ 1956
타이론 파워, 킴 노박이 출연한 밤무대 피아니스트의 애절한 실화 러브스토리. 미남 배우 타이론 파워가 쇼팽의 야상곡 제2번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며 가슴 졸이던 소녀 팬들의 영향 때문인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쇼팽의 야상곡에 'to love agai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36. 밀회(Brief encounter) 영국/ 데이비드 린 감독/1945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인도로 가는 길'등의 영화로 기억되는 거장 데이비드 린의 초기 작품이다. 그의 영화 스타일에서 드러나듯 꼬장꼬장한 영국 풍이 짙게 배어 나오는 영화. 영국의 극작가 노엘 카워드의 원작을 직접 시나리오로 옮기고 영상화한 데이비드 린의 솜씨가 놀랍다. 트레비 하워드, 실리아 존슨의 명연기로 당대를 풍미했던 영화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이 한편의 시와 같은 이 서글픈 사랑 이야기를 빛내고 있다. 1974년에 소피아 로렌을 등장시킨 리메이크 판이 등장했지만 그 격의 차이가 컸다. 데이비드 린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대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37. 여수(September affair) 미국/ 윌리엄 디텔레/ 1950
여성 피아니스트와 엔지니어가 비행기에서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현실 속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흑백영화. 남자(조셉 코튼)와 헤어지고 자신의 현실로 돌아간 피아니스트(조안 폰테인)가 고별 콘서트를 연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의 3악장이 흐른다. 폭풍과도 같이 몰려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의 아픔이 이 음악을 통해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인상깊은 크라이막스다.

38.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s itch) 미국/ 빌리 와일더 감독/ 1955
섹스 심벌인 마릴린 먼로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마가 훌렁 올라가는 장면. 바로 그 장면이 들어있는 영화가 '7년만의 외출'이다. 로맨틱하고 섹시한 코미디물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사용된 영화 '밀회'의 코믹 패러디로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39. 저항(A man escaped) 프랑스/ 로베르 브레송 감독/ 1956
로베르 브레송이 감독, 각색, 각본등을 맡아 유명해진 그의 대표작.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중위인 폰테느(프랑수아 루테리에)가 탈주 불가능이란 악명 높은(미국의 알카트라스 감옥처럼)몬트류크감옥에서 탈출의 의지를 불태우는 영화. 전쟁이 무서워 탈출했던 소년병과 함께 이 감옥을 탈출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한 인간의 강렬한 느낌을 준다. '바람은 자기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40. 행복(Le bonheur) 프랑스/ 아그네스 바그다 감독/ 1965
모차르트 클라리넷 오중주 k581이 영화 전편을 통해 아름답게 흐른다. 마치 모네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화면 속에 흐르는 모차르트는 가히 일품이다. 평범한 가장이 우체국 여직원 에밀리(프랑수아 보바이에 분)를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눈다. 가정을 버릴 수 없었던 이 가장은 아내에게 그 사실을 고백한다. '가정을 버릴 생각도 없다'는 남편의 말에 '당신의 행복이 나에게도 기쁨'이라고 순순히 말하는 아내. 그러나 그녀는 곧 연못에 투신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내의 두 아이와 남편은 에밀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여류 감독 아그네스 바그다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41. 라이언의 처녀(Ryan's Daughter) 영국/ 데이비드 린/ 1970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인 로지(사라 마일즈)가 선생님 노릇을 하며 매일 베토벤의 교향곡 3번'영웅'을 듣는 남편(로버트 미첨)대신 잘 생기고 패기 발랄한 영국군 수비대장 (크리스토퍼 존스)과 밀애에 빠진다. 적군인 영국군을 사랑하는 여인과 그것을 용서하는 남편, 괴로움에 자살하는 영국군 장교 등 격정적인 멜러 드라마이다. 행동력 없는 남편이 교향곡' 영웅'의 골수 팬으로 설정되어 있어 의미심장하다.

42.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 미국/ 조셉 맨키위츠 감독/ 1950
50년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조연남우상, 의상디자인상, 녹음상을 휩쓴 작품. 신인 여배우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이브는 대여배우 마고를 함락시키고 쇼 비지니스계의 정상에 서지만 그것조차도 선배인 마고의 함정이었다는 내용. 여배우 마고는 자신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파티 장면에서 피아니스트에게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칠 것을 강요한다. 애련한 멜로디와 스타의 명멸. 반어적인 위트가 돋보인다.

43. 프리치가의 명예(Prizzi's honour) 미국/ 존 휴스톤 감독/ 1985
마피아의 대부 돈의 아들(잭 니콜슨)과 정체불명의 여인(캐슬린 터너)이 벌이는 사랑과 폭력, 그리고 웃음이 뒤범벅이 된 범죄 코믹물. 서로를 죽이려고 하면서도 사랑하는 모습이 엎치락 뒤치락의 코미디를 만들어 낸다. 이탈리아 마피아답게 '세빌리아의 이발사'서곡과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영화속에서 흐른다.

44. 그리고 배는 간다(E La Nave Va) 이탈리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1984
'8과 2/1', '길'등의 작품을 만든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 그의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감독을 뽑을 때면 틀림없이 거론되는 네오리올리즘의 거봉이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초입을 배경으로 소프라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모인 글로리아호 선상에서 일어나는 비극적 코메디이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서곡이 흐르는 가운데 배는 출발한다. 갑판 아래 선원들은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의 아리아를 부르고, 선내 주방에서는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이. 죽은 소프라노의 모습이 영사기로 비치면...

45.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미국/ 시드니 폴락 감독/ 161분/ 1985년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모차르트의 음악이 너무나 아름답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모차르트의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A장조 2악장이 나오면 금방 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 담담하면서도 평온한 책 브리머의 클라리넷과 네빌 마리너의 성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주인공들이다.

46. 그린카드(Green Card) 프랑스-오스트리아/ 피터 위어 감독/ 108분/ 1990년
프랑스의 우상 제라르 으 파르듀와 귀여운 인상의 앤드 맥도웰이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플루트 협주곡 등 온통 모차르트 음악으로 메워져있다. 미국으로의 불법 이주자를 그린 배창호의 '깊고 푸른 밤' 코미디 판이라고나 할까.

47. 니키타(La Femme Nikita) 이탈리아-프랑스/ 뤽 베송 감독/ 117분/ 1990년
대한 극장에서 개봉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이색적인 폭력물, 여자 살인자인 니키타의 모습이 섬찍함을 더했다. 온통 청색의 이미지로 도배되어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같은 감독의 '레옹'이나 비슷한 시기의 미국영화 '블루 스틸'과 비교하면서 보면 흥미 있다. 여자 살인기계가 화면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도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는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48. 보통사람(Ordinary People) 미국/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123분/ 1980년
배우 레드포드의 감독 데뷔작품으로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잔잔한 파헬벨의 '캐논'이 흐르며 한 가족의 붕괴를 서서히 표현했다. 인간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관조가 배어있는 휴먼 드라마. 청년기의 티모시 허튼의 연기가 압권, 철저한 헐리우드 스타일의 드라마라는 비판도 있지만 감동적인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49.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 미국/ 시드니 폴락 감독/ 154분/ 1993년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 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시드니 폴락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실망적이다. 마피아 법률회사 등 스릴러로서의 전형성이 너무나 강했고,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 2악장과 '탑 건'의 터프가이 톰 크루즈는 별로 안 어울리는 듯하다.

50. 한나와 그 자매들(Hannah and Her Sisters) 미국/ 우디 알렌 감독/ 106분/ 1986년
약간은 미친 듯 보이기까지 한 불안한 유대인 뉴요커 우디 알렌과 그의 전처 미아 페로가 출연한 블랙 코미디. 수다와 잔소리, 불안증이 난무한다. 낯뜨거운 농담(절대로 화면은 아님)까지도 등장하고 스탠딩 개그 같은 다이얼로그가 등장하지만 멋진 코미디임에는 분명하다. 바흐의 쳄발로 5번 협주곡 2악장이 미쳐 날뛰는 현대의 뉴요커들을 달래준다.

51. 또 다른 여인 (Another Woman) 미국/ 우디 알렌 감독/ 83분/ 1988년
욕구 불만의 여자, 부부간의 파경, 임포텐스, 일상의 불만, 신경증, 히스테리가 등장하는 우디 알렌 특유의 감각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드라마.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소나타'.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3번 등이 나온다. 그 자신이 클라리네티스트인 우디 알렌의 음악적 감각이 탄성을 자아낸다.

52.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 독일/ 퍼시 아드롱 감독/ 108분/ 1998년
황량한 벌판 위에 세워진 재즈카페. 그리고 'Calling you'가 흐른다. 허무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난 작품, 국내에서는 마이너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바흐의 '평균율' 프렐류드 C장조가 등장한다.

53. 프랭키와 자니(Frankie Johnny) 미국/ 페니 마샬 감독/ 108분/ 1991년
알 파치노와 미셀 파이퍼가 등장한 연애 심리극. 가난하기에 정신까지 가난했던 한 웨이트리스와 감옥에서 나왔지만 활발한 남자간의 사랑의 과정이 페니 미샬 특유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원작은 연극용 희곡이었다. 드뷔시의 '월광'이 연인들이 머리위로 축복처럼 흘러내린다.

54. 시계태엽의 오렌지(A Clockwork Orange) 미국/ 스텐리 큐브릭 감독/ 137분 / 1971년
'브라질',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블레이드 러너'등 일련의 컬트 SF영화 중의 하나로서 국내에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고전적 명작 중의 하나. 미래의(시간 구분이 애매하기는 하지만)영국을 배경으로, 아무런 도덕적 모럴을 갖지 못한 갱단들이 유쾌하게 살인하고 방화하고 불지르는 장면들이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의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아이러니컬하게 튀어나온다. 그해 아카데미 최고 영화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뉴욕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했던 기억할 만한 영화. 원작은 안토니 벅스가 1962년에 쓴 동명소설.

55.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미국/ 조나단 뎁 감독/ 118분/ 1991년
'사이코'이후 너무나도 섬짓한 배우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안소니 홉킨스가 한니발 텍터 박사로 등장하여 천재적 살인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영화. 우리나라 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이 영화의 음악은 하워드 쇼어가 맡고 있는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등장한다. 살인마와 바흐, 바흐의 건축적으로 잘 짜여진 음악과 천재적인 살인마의 치밀한 광기가 묘하게 어울어진다.

56 .헝거(The hunger) 미국/ 토니 스코트 감독/ 1983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등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색채 이미지 구축의 귀재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연출작이다. 왕년의 세기적 연인 카트린느 드뇌브가 흡혈기로 나오고, 록가수인 데이빗 보위가 그 상대역으로 나오는 공포영화. 영화는 별로 신통치 않지만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를 배경으로 카트린느 드뇌브가 벌이는 연기가 볼 만하다.

57. 샤이닝(The Shining) 미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 1980
다섯 살 먹은 어린이의 시각으로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공포가 섬짓하게 다가선다. '미저리'의 작가인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어서인지 눈에 뒤덮인 콜로라도를 배경으로 한 것과 소설을 쓰기 원하는 아버지(잭 니콜슨)등 '미저리'와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바르톡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까다로운 듯한 바르톡의 선율이지만 소년이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감을 표현하는데는 더할 나위없이 잘 어울린다.

58. 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 미국/ 스테판 프리어스 감독/ 120분/ 1998년
영화 '페이탈 어트렉션'(우리나라에서는 '위험한 정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국내 최초의 UIP직배 영화)을 기억하는 글렌 클로스의 편집광적인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이 글렌 클로스가 이번에는 중세풍의 여인으로 변신했다. 사랑을 갈구하는 편집증의 여인 글렌 클로스. 섬찢하다. 글룩의 오페라 아리아들은 시대적인 배경으로 등장한 듯한 느낌이지만 바흐의 곡들은 글렌 클로스의 캐릭터에 맞추어 놓은 것이다.

59. 대부 3 (Godfather 3) 미국/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161분/ 1990년
대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 알파치노, 다이안 키튼, 앤드 가르시아 등이 출연하여 돈 꼴레오네 가의 최후를 보여준다,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관람하는 도중 벌어지는 총격전. 아버니 대신 총을 맞는 딸이 등장하는 라스트 신이 인상적, 단 선글라스를 낀 채 오페라를 보는 알 파치노의 모습은 약간 거부감이 든다.

60. 분노의 주먹 (Rasing Bull) 미국/ 마틴 스콜세즈 감독/ 128분/ 1980년
흑백과 칼라가 공존하는 걸작중의 하나. 로버트 드니로, 죠 페시의 연기가 일품이고 마틴 스콜세즈의 연출도 압권이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니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흐르는 첫 시퀀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 장면이다.

61.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프랑스/ 레오스 카라스 감독/ 1993년
줄리에트 비노쉬, 드니 라방의 거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3악장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처음부터 계속해서 등장하여 고정악상과도 같은 효과를 내고있다.

62. 도어즈 (The Doors) 미국/ 올리버 스톤 감독/ 135분/ 1991년
히피 문화의 절정기에 태어나서 리더인 짐 모리슨의 사망으로 해체된 천재적인 록 그룹이었던 도어스의 전기영화인 '더 도어스'는 짐 모리슨과 너무나도 흡사한 발 킬머라는 배우의 출세작이기도 한다. 도어스의 팝 넘버 '라이트 마이 파이어'같은 파퓰러 넘버 이외에도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중에서'운명이여'등을 들을 수 있다. 라비 상카의 음악도 나온다.

63. M. 버터 플라이 (M Butterfly) 미국/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미스터 버터플라이인가, 마담 버터플라이인가? 'M 버터플라이'는 100여 년 전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패러디한 새로운 시각의 오리엔탈리즘이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프랑스의 교관 갈리마르가 여는 피로연에서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을 부른 경극 가수 릴링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랑하는 이 연인이 남자였다니!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미셸 카운추어의 소프라노가 부르는 '어느 개인날'이 더욱 애처롭다.

64. 비너스 (Meeting Venus) 이스트반 자보 감독
오페라 '탄호이저'의 공연을 소재로 현실과 예술이라는 합일되기 힘든 두 세계간의 충돌을 그린다. 파리에서 오페라 '탄호이저' 공연으로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무명의 지휘자 졸탄이 기사 탄호이저가 그랬듯이 비너스 적인 것(상업적 세계와의 영합)과 엘리자베트적인 것(지고한 예술적인 희열)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영화의 축을 이룬다, 오페라 공연의 준비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서곡을 비롯한 '탄호이저'의 곡들이 두루 나타나고 있다, 키리 데 카니와, 르네 콜로, 호칸 하게고 등 쟁쟁한 성악가들의 음성이다.

65. 적과의 동침 (Sleeping with Enemy) 미국/ 조셉 루벤 감독/ 1991년
낸시 프라이스의 베스트셀러 '적과의 동침'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전편을 통해 흐르고 있다. 화장실의 수건이 조금만 삐딱하게 걸려 있어도 참지 못하는 편집광적인 남편은 집에만 들어오면 '환상 교향곡'을 틀어 놓는다. 그는 아내 로라를 사랑하지만, 그것은 편집광 적인 사랑일 뿐. 그런 남편이 등장할 때마다 음침한 선율이 고정악상처럼 흐르게 함으로써 보는 이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간다.

66.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미국/ 조나단 뎀/ 1993년
올해 아카테미 시상식에서 '포레스트 검프'로 남우주연상을 움켜쥔 배우 톰 행크스가 작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타게 해준 그 작품 '필라델피아'. 영화팬 들이라면 기억할 '라 맘마 모르타'와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스폰티니의 '라 베스탈레'의 아리아를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67.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 미국/ 란다 하인즈/ 1986
그 해에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남자 배우상, 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주인공인 마를린 마틴이 토니상을 수상했던 휴먼 드라마. 연기파 배우인 윌리엄 허트와 실제 귀머거리인 마를린 마틴이 등장해서 장애를 초월한 사랑을 보여 준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귀머거리인 마를린 마틴에게 들려주는 장면이 인상적.

68.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스웨덴/ 보 비델베르그 감독/ 1967
이미 1943년에 영화화 된 적이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결혼한 육군 장교와 한 처녀의 이야기. 온통 소프트 포커스로 치장된 몽롱한 사랑 이야기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을 대중화시키는 데 결겅적인 기여를 했다. 가끔 비발디의 곡도 나온다. 영화보다는 음악이 더 유명한 영화.

69. 프라하의 봄(The undearable lightness of being) 미국/ 필립 카우프만 감독/ 1988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프라하의 봄을 역사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정치적인 억압을 빗대어 묘사한 수작이다.체코 출신 작곡가 야나첵의 실내악곡들이 많이 쓰이고 있으며 록그룹 비틀즈의 'Hey, Jude'를 체코어로 번안해서 부르는 곡도 멋있다.

70. 쿼텟(Quartet) 영국/ 캔 아나킨 감독외 3인/ 1949
4개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영국 풍의 시니컬한 코미디. 영국의 흑백영화 시절을 대표 할 만한 작품이다. '삶의 진실', '에이리언 콘', '연', '제독의 여인'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인데 음악은 뮈어 마티슨이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영국의 왕립 음악원을 나온 작곡가로 영화음악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상당한 활동을 벌였다. 알렉 기네스가 출연하고 데이비드 린이 연출했던 '올리버 트위스트'(48년작)의 음악도 그가 담당했는데 훗날 이 영화는 뮤지컬 '올리버'의 원작이 된다. '쿼텟'에서는 영국의 작곡가 존 그링우드의 현악 사중주곡들이 쓰였다. 또한 캔 아나킨 감독은 '쿼텟'외에 '트리오'라는 영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71. 나의 왼발(My Left Feet) 아일랜드/ 짐세리단 감독/ 1989
아일랜드의 실존 화가인 크리스티 브라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드라마. 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슬픈 인생 드라마를 연출한 짐 세리단은 이 작품 하나로 헐리우드로 진출하게 되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역시 이 작품으로 오스카를 거머쥘 수 있었다. 캐스트의 이름에 스페셜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콜만(바이올린),마가레트 리온스(피아노), 파트리샤 하긴스(바이올린), 힐러리 오도노반(첼로), 돈 킹(콘트라 베이스)등은 영화배우가 아닌 실제 연주자들이다.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선율이 등장한다.

72. 이스트윅의 마녀들 미국/ 조지 밀러 감독/ 1987
황당무계하고 즐거운 현대판 마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잔 세런든(음악선생이자 첼리스트), 미셀 파이퍼(리포터), 셰어(조각가), 이 세 사람의 여배우가 마녀 아닌 마녀로 등장하고 그 라이벌인 살인마로 잭 니콜슨이 등장해 엎치락 뒤치락의 포복절도할 코미디를 엮어낸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중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이처럼 유머러스하게 들리는 영화는 없을 것이다. '매드 맥스'시리스의 감독이라고는 믿겨 지지 않는 조지 밀러의 연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즐거운 두 시간을 보장한다.

73. 범죄와 비행(Crimes and misdemeanors) 미국/ 우디 알렌 감독/ 1989
아주 행복하게 살던 안과 의사가 있었다. 이 의사는 슬쩍 재미를 보던 여자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파멸 당하고 살인을 꿈꾼다. 조금은 황당한 듯 들리지만 우디 알렌 자신은 “이것이야말로 리얼리즘이다”라고 이 작품을 이야기한다. 평론가들의 평도 아주 좋다.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g장조 중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가 등장한다. 물론 우디 알렌 특유의 삐딱한 웃음이 넘쳐난다. 관객이 할 일은 그 웃음 뒤의 의미를 찾는 것.

74. 한 여름밤의 섹스 코미디(A midsummer night's Sex Comedy) 미국/ 우디 알렌 감독/ 1982
이기적인 과학자와 의사, 섹시한 간호원, 주식 중계인, 수줍은 아내등 대도시 뉴욕에 사는 현대인들이 자연을 찾아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솔직한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마치 프로이드의 성적 담론들을 필림에 담아 펼쳐 놓은 것 같다. 멘델스존의'한여름 밤의 꿈'중에서 스케르초, 인터메초 등이 쓰인다. 또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2악장도 등장한다. 우디 알렌다운 영화.

75. 사랑과 죽음(Love and Death) 미국/ 우디 알렌/ 1975
도대체 우디 알렌의 재능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사랑과 죽음'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전쟁과 평화'를 패러디한 영화. 그러나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과 같은 대군중 장면은 밥 호프가 1946년에 찍었던 'monsieur beaucaire'의 노골적인 패러디로 보인다. 음악은 모두 프로코피에프의 것인데 '키제 중위'와 '알렉산드르 네프스키'등에서 발췌하고 있다.

76. 살인 혐의(Monsieur hire) 프랑스/ 파트리스 르 콩트 감독/ 1989
그저 작은 마을에서 매일 푹 삶은 달걀로 저녁을 때우고, 자신의 작은 사무실과 집 밖에는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는 이르. 친구도 이웃도 없는 이르의 유일한 낙은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g단조 op.25를 듣고 또 듣고 하는 것 뿐이다. 그 마을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여인이 참혹하게 살해 당한 것. 당연히 의심을 받는 이르 스릴과 추리가 복합된 명편이다.

77. 엘리펀트 맨(The Elephant Man) 미국/ 데이비드 린치 감독/ 125분/ 1980년
철조망에 매달린 존 머릭(존 허트 분)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짐승이 아니야! 난 사람이라구”실제로 있었던 존 머릭이라는 흉칙하게 생긴 사람의 이야기.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빼어났던 영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이 가련하게 태어난 인간의 아픈 삶을 뭉클하게 표현한다.

78. 다이하드 Ⅱ (Die Hard Ⅱ) 미국/ 존 맥티어난 감독/ 131분/ 1988년
부르스 윌리스가 출연한 이 영화 다이하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오락물이다. 오락물이라고 해서 영화의 존재가치의 유무를 운운할 필요는 없다. 잘 만들어진 영화 상품이다. 이 대작 오락물에도 클래식은 등장한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Op.26.

79..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 미국/ 에드리언 라인 감독/ 119분/ 1987년
참으로 섬짓한 글렌 클로스를 만났던 영화. 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인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미국 직배로 들어왔던 영화이기도 하다. 글렌 클로스가 마이클 더글라스를 향해 끝까지 죽음의 칼날을 겨누는 모습과 푸치니의 '나비 부인'중의 'Un bel divedermo'가 묘하게 어울렸다.

80. 헨리 5세(Henry V) 영국/ 케네스 브레너 감독/ 137분/ 1989년
'불의 전차'의 음악으로 유명한 패트릭 도일은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수학한 정통파 음악인이다. 이 영화에서의 음악은 패트릭 도일의 자작곡인데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버밍엄 시티 심포니가 연주를 맏고 있다. 특히 '팔스타프의 죽음'이라는 곡은 그 비장함이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진 유장한 향취를 느끼게 해준다.

81. 음악선생(Le maitre de la musique) 덴마크/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 89분/ 1989년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일련의 음악영화 중의 하나이다. 말러 교향곡 4번, 슈베르트'음악에', 베르디'리골레토', 모차르트 '돈 조반니',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등 음악영화다운 면모가 가득하다. 볼프, 슈만, 벨리니 등의 음악도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면속의 아리아'라는 제목으로 소개 되었는데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제목이다.

82. 환타지아(Fantasia) 미국/ 월트 디즈니 외 9인/ 120분/ 1940년
바흐, 스트라빈스키, 베토벤, 무소르그스키,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등의 음악이 잔뜩 들어있는 클래식 애니메이션. 이 영화의 공식 캐스트에는 미키 마우스의 이름과 함께 스토코프스키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이름이 들어있다.

83.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미국/ 피터 위어 감독/ 128분/ 1989년
입시지옥인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유난히 많은 공감을 얻었던 작품. 키팅선생과 학생들이 축구연습을 하며 서로에게 믿음을 나누는 장면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중에서 4악장 '환희의 송가'가 흐른다.

84.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Boxing helena) 미국/ 데이비드 린치 감독/ 103분/ 1993년
드릴러 물. 사지를 절단한 채 살려 놓는 등 섬뜩한 애정행각이 담긴 영화.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 3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 25번,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중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등 다채로운 클래식이 나오지만 영화로서는 권하고 싶지 않다.

85. 바이올린 플레이어(Le Joueur de Violon) 프랑스/ 르네 클레망 감독/ 1994년
최근에 개봉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 기돈 크레머가 음악감독을 맡아 그의 명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라스트신에서 바흐의 샤콘느는 인상적이다. 기돈 크레머와 네빌 마리너, 성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이 들려주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Op.61이 타이틀 곡이고, 멘델스존, 이자이 등의 작품이 기돈 크레머의 활 끝으로 재생되고 있어 음악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는 정상급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86. 파리넬리(Farinelli il Castrato) 프랑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 1994년
카스트라토는 이른바 '거세된 가수'로서 여성 소프라노보다 파워 있는 고음을 소리낼 수 있어 왕족시대에 인위적으로 거세당한 남성 가수를 말한다. 파리넬리는 18세기 중엽 유럽 최고의 화려함을 누렸던 전설의 카스트라토. 그의 기구한 운명을 '음악의 거장'이라는 음악 영화로 잘 알려진 제라르 코르비오가 영상에 담았다. 현재는 들을 수 없는 카스트라토의 음색을 재현하기 위해 컴퓨터 음색 합성기술이 동원되었다. 프랑스에서 40만장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 앨범으로 헨델의 '울게 하소서'외에 하세, 포르포라 등의 듣기 힘든 레퍼토리가 가득 담겨있다.

87.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프랑스/ 알렝 코르노 감독/ 114분/ 1991년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룬, 보기 드문 수작이다. 각본, 연출, 음악, 모든 것이 예술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17세기 프랑스 작곡가 생트 콜롱브와 그의 제자 마랭 마레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패기 있는 젊은 음악가 마랭 마레는 아내를 잃고 사회와 단절한 채 시골에 은둔하고 있는 생트 콜롱브를 사사하기 위해 찾아간다. 음악을 출세의 방편으로 삼고자 하는 젊은 음악가와 음악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노음악가는 좀체로 원만한 사제지간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마렝 마레는 궁중으로 들어가 출세를 했지만 웬지 자신의 음악에서 공허함을 느낄 뿐이다. 다시 그는 몰래 스승이 사는 집을 추운 겨울 밤마다 찾아간다. 스승의 진실한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스승은 사랑하는 딸을 잃고 나서 더욱 말이 없어지고 음악도 멀리 하고 있었다. 어느날 스승은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깨우친 그를 마침내 제자로 받아들이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음악을 연주한다. 진정한 음악은 아픈 자의 영혼을 위한 것이라는 깨우침이었다. 그러므로 음악가는 결코 있는 자들(그 당시에는 왕족과 귀족)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재주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크나 큰 교훈을 이 영화는 전한다. 고 음악 전문 아티스트인 조르주 사발의 연주가 아름답게 전편을 수놓는다.

88. 반주자(L'accompagnatrice)
항상 연주자의 뒤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는 반주자의 운명과 사랑을 담은 영화. 소프라노 로렌스 몬테이롤, 안젤린 폰데페이르(피아노), 필립 퀴페(클라리넷), 안드라스 베리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음악을 연주한다. R.스트라우스, 베를리오즈, 슈베르트, 메시앙, 슈만 등의 다양한 곡들이 담겨있다.

89. 마농의 샘(La Fontaine de la Manon) 프랑스/ 클론드 베리 감독/ 1991년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서곡이 주요 테마음악으로 쓰였다. 그러나 오리지널 관현악은 아니고 하모니카 등을 써서 더욱 애처롭게 편곡해 배경음악으로 깔고 있다.

90. 책 읽어주는 여자(La Lectrice) 프랑스/ 1994년
독특한 소재의 이 프랑스 영화에는 모두 베토벤의 곡이 쓰여지고 있어 이채롭다. 베토벤의 음악은 각 인물들의 테마로 사용된다.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3악장은 책 읽어주는 여자 콩스탕스(혹은 마리)의 테마다.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느낌의 지적유희를 하고 있는 콩스탕스를 표현하고 있다. 반신불스의 미소년 에릭은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장군의 미망인은 피아노 소나타 '발트쉬타인', 욕구불만이 많으며 일 중독자인 사장은 바이올린 소나타'봄'등으로 상징된다. <책 읽어 주는 여자(La Lectrice)>는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독특한 프랑스 영화다. 영화에 쓰인 모든 음악이 베토벤의 곡이라는 점도 자못 흥미롭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있는 베토벤의 음악이, 약간은 가벼운 터치의 이 영화를 단지 가벼운 이야기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이 영화에 사용된 베토벤의 음악은 각 인물들의 테마로 사용되는데 곡의 선곡이나 쓰임새가 너무나도 적절하고 기발해서 명석하고 우아한 환희의 색채가 깃 드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백일몽같은 환타지의 세계에 현실의 무거운 앙금이 달라붙는 것을 베토벤의 음악이 적절히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 좋아하는 꽁스땅스(미우 미우 분)는 호기심이 많은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가 <책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을 연인에게 읽어 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연인의 침대에서 주인공은 어느덧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 작품 31의 2 '템페스트' 제 3악장이 이 꽁스땅스의 테마이다. 약간은 가벼우면서도 투명한 느낌의 지적유희를 하고 있는 꽁스땅스는 표현하고 있다(곡의 본질을 왜곡한 느낌이다). 이 매력적인 선율과 함께 꽁스땅스는 지면 위에 쓰여진 문자를 자신의 백일몽속에 그려낸다. 책 속의 주인공 마리(미우 미우)가 책을 읽어주는 일을 시작하고 마리는 여러 종류의 인간들(정상이라고는 할수 없는, 그러나 그렇게 비정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를)을 고객으로 만난다. 반신불수인데다 마더 컴플렉스를 가진 미소년 에릭(바이올린 소나타 8번 OP.30의 3), 자신이 100세라고 주장하는 장군의 미망인(피아노 소나타 21번 OP.53 '발트슈타인'), 욕구불만이며 일 중독자인 사장(바이올린 소나타 제 5번 Op.24 '봄'), 여섯살짜리 집 지키는 소녀 코라리(클라리넷 3중주곡 제4번 Op.11 '거리의 노래'), 노판사(첼로 소나타 제1번 Op.5의 1)등 다양한 군상들이 단편소설처럼 마리의 눈을 통해 묘사된다. 마리는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책 속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몰입시킨다. 예를 들어 에릭에게는 모파상의「머리카락」(지금이야 버젓한 양서지만 발표 당시의 모파상은 포르노 작가 취급을 받기도 하였다)을 장군의 미망인에게는 <전쟁과 평화>, 사장에게는 뒤라스의 <연인>, 소녀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노판사에게는 말키아 사드의 <소돔의 120일>(새디즘이란 단어를 들어보았다면 말키아 사드의 이 작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등을 읽어주면서 소년에게는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도 하고 노판사에게는 에로틱한 요구에 시달리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한다. 하지만 마리는 유연한 모습으로 병적인 그들의 요구를 유연하게 뿌리쳐 나간다. 천진난만한 마리의 삶이 한 자락의 동화처럼 베토벤의 선율에 실려있다. 언어의 미로를 헤매던 꽁스땅스는 소설 읽기를 끝내고 그녀의 마음이 윤택해짐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이름만큼 많은 의미들이 있구나. 그리고 나는 또 그들 이외에 또 다른 세계이고 하지만 나와 내가 아닌 것들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책 읽기를 통해서 경험한 정의되지 않는 매력을 꽁스땅스가 느끼게 된 것이다. 꽁스땅스의 책 속의 주인공 마리가 되어 인간의 베일에 싸인 부분을 들여다 본 것이다. 존재에 대한 애정을 가슴 가득 품은 채 꽁스땅스는 책 읽어 주는 여자의 일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 세련된 양식미, 눈부시게 변화해 가는 여성의 심리, 인간의 사랑스러움과 슬픔 등의 요소를 카메라는 귀여운 터치의 앵글로 잡아 정교한 유리 세공 같은 느낌으로 이 영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현실과 책 속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서로의 경계를 제한 없이 오가며 구축되는 스토리라인의 독특함도 독특함이려니와 화가 반 고흐의 영감을 자극하던 아루루 지방의 경쾌한 색채미가 영화의 전편을 향기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인물들의 성격에 따른 베토벤 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구축해내고 친근감 있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러한 음악의 사용이 이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속에 등장하는 많은 문학작품들과 아름다운 미장센(영상 연출),그리고 스탭의 크레딧 타이틀에 당당히 자리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이름이 생활에 지쳐 잊고 지냈던 유년의 소박한 설레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91.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미국/ 프랑크 다라본트 감독/ 1995년
자유의지마저도 잃어버린 절망의 감독 쇼생크에서 은행간부 출신의 앤디는 그 동안의 복종에 최초의 반기를 든다. 어느날 앤디는 기증받은 책들을 정리하면서 그 속에서 낡은 LP판들을 발견하곤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모차르트의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중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이중창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음악을 전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지게 만든다. 방송을 막으려는 교도소장과 아무렇지 않게 음악에 심취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한없는 해방감을 만끽하는 팀 로빈스의 표정이 남는다.

92.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영국/스탠리 큐브릭 감독/139분/1968년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조망한 공상적인 작품으로 영화음악에 있어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니다. 철학과 음악, 그리고 묵시록적인 문명비판이 담긴 인류의 서사시이다. 세계 10대 영화를 뽑을 때 늘 수위를 차지하는 명편 중의 명편이다. 영화의 막은 달 표면 위로 지구가 떠오르고 이내 태양이 지구의 가장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이 서막에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주가 흐른다. 니체의 저명한 철학시에 의거한 곡으로 니체의 사상에 의한 감정의 장업미가 원숙한 표현으로 이뤄져있는 곡이 영상과 아름답게 결합하고 있다. 유인원의 동물 뼈로 인류의 도구 사용을 암시한 뒤 바로 다음의 장면은 우주에 떠다니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의 모습이다. 푸르다 못해 암흑의 공간을 떠다니는 모선을 감상하는 동안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울려 퍼진다. 왈프에 맞춰 춤을 추는 우주 모함.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명 장면이다. 이외에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단서의 제시라든지 시공을 초월한 영상 등은 한마디로 경이로운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리게티의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두개의 혼성합창을 위한 진혼곡'과 '영원한 빛', '우주', 그리고 하차투리안의 무용 조곡 '가이느'의 아다지오가 이 장엄한 인류의 서사시에 덧붙여진다. 앞 꼭지에서도 장황하게 설명한 대로 영화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편. 클래식이 절묘하게 쓰인 최초의 영화로서 R.쉬트라우스, 리게티의 작품들이 우주의 심원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93. 디바(Diva) 프랑스/ 장 자크 베넥스 감독/ 123분/ 1982년
프랑스 누벨 이마주 시대의 개척자인 장자크 베넥스의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에야 비로소 소개되었다. 젊은 우편 배달부가 절대로 레코딩을 하지 않는 고집 센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국제 매춘조직의 범죄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스토리라인보다는 깔끔한 영상처리와 장면 장면 의미있는 대사처리가 돋보인다. 흑인 디바 신시아는 고고한 예술을 지향하는 순수파다. 그래서 녹음도 하지 않고 라이브 콘서트만을 고집한다. 인터뷰에서도 왜 녹음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음악을 잡으려 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히 말한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고 녹음에 들어있는 카탈라니 오페라 '라 왈리'중 '난 멀리 떠나야 해'가 주요한 테마이다. 마르샤의 CF음악으로 더욱 우리에게 친숙해진 이 아리아는 이 영화에서 무려 다섯차례나 반복되어 나온다. 처음은 디바의 콘서트에서다. 주인공인 우체부 소년은 놀라운 표정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다. 콘서트가 끝난 후 소년은 디바의 사인을 받으며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 받은 뒤 그녀가 벗어놓은 연주회 드레스를 훔친다. 오페라와 이 흑인 디바에 대한 소년의 편집광 적인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집에 온 소년은 이날 콘서트에서 몰래 녹음한 테입을 튼다. 다시 '라왈리'의 아리아가 울려 퍼진다. 세 번째로 이 아리아가 나오는 곳은 도벽이 있는 중국계 소녀와 함께 있을 때다. 소년은 소녀에게 이 음악을 틀어준다. 그러면서 이 오페라를 소녀에게 설명한다.“무대는 산이야. 그녀는 실연 당해서 죽고 싶어하며 노래하지. 난 멀리 떠나야해. 저 구름이 금빛으로 물드는 곳. 다시는 네가 날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고싶네. 결국 그녀는 눈사태 속에 몸을 던져 자살해버리지.”그 다음 이 아리아는 소녀의 동거남과 함께 한 자리에서 들린다. 그러는 사이 고고한 디바는 순수한 영혼을 지녔으며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소년과 사랑에 빠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디바와 소년이 사랑에 빠져 아무도 없는 콘서트 홀 무대 서서 키스하는 장면에서 이 아리아는 울려 퍼진다. 아무도 몰래 녹음했던 그 테입을 디바에게 바치고 그녀는 소년을 기꺼이 용서해준다.

94. 시고니 위버의 진실(Death and the Maiden)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1995년
국내에서는 '시고니 위버의 진실'로 개봉되었다. 원제인 '죽음과 소녀' 그대로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연주회장. 현악사중주단이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연주하고 있다. 객석에는 여주인공 파울리나가 남편과 손을 꼭 잡고 긴장된 모습으로 음악을 듣는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처럼....영화는 과거로 자연스럽게 돌아가 남미의 한 외딴섬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화면이 고정된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직후가 시대적 배경이다. 비가 오고 있다. 집에는 그녀 혼자 있다. 명상적이면서도 애틋한 분위기가 감도는 음악이 배경으로 나온다. 파울리나의 주제다. 누가 차를 타고 온다. 잔뜩 긴장한 파울리나는 권총을 집어든다. 그러나 방문객은 남편 제랄드였다. 그녀는 정치권에 이용당하는 듯한 남편(인권운동가이며 변호사)을 매우 냉소적으로 대한다. 두사람은 잠이 들었다. 파울리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다. 웬 방문객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는 조금 전에 남편을 태워다 주었던 의사였다. 남편이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파울리나는 짐을 싸고 권총을 손에 든 채 그 남자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파울리나는 그 남자가 자신이 찾는 범인이라고 단정짓는다. 독재에 맞서 싸우던 운동권 학생이었던 파울리나는 어느날 잡혀 들어갔고 어느 의사에 의해 모진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곤 '죽음과 소녀'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그런 가슴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은 시작된다. 결국 그 남자는 죽을 위기에 처해져 자신이 진짜 범인이라고 실토하자 정작 파울리나는 그를 죽이지 못한다. 그토록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왔지만 죽인다고 해서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없는 것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화면은 연주회장으로 돌아온다. '죽음과 소녀'가 흐르는 가운데 파울리나는 연주회장의 2층 베란다를 쳐다본다. 그 남자가 앉아있었다. 파울리나와 눈길이 마주쳤으나 그는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파울리나는 어떤가. 착잡하기만 하다. 엔딩 타이틀이 끝났는데도 '죽음과 소녀'는 흐르고 있다.

95.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미국/ 버나드 로즈 감독/ 1995년
게오르그 솔티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 솔티 자신이 지휘한 연주와 기돈 크레머, 요요마, 머레이 페라이어 등 일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도 교향곡'영웅', '운명', '전원', '합창', 피아노 협주곡'황제',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 피아노 소나타 '월광'등 전무후무한 베토벤의 명곡들이다. 클래식 팬들이 본다면 이 영화는 적잖이 실망스러울 것이다.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보다는 그의 스캔들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마데우스'에서처럼(아니 그보다도 못하게) 이 영화도 한 위대한 인물을 천박하게 비하시켜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가를 추적하는 과정을 기본구조로 택하고 있다. 여러 여인들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하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 이야기 구조다. 줄리아의 집에서 '월광소나타' 1악장을 피아노에 엎드려 연주하는 등 인상적인 장면도 간간이 보이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라면 이 영화는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 영화가 베토벤의 연애 스캔들을 다룬 흥미위주의 영화나 혹은 전기적인 요소가 너무 강한 다큐멘터리적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영화로 승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향곡'합창'이 흐르는 라스트신 때문이다. 교향곡 '합창'의 초연이 있던 날 이미 청각을 완전히 상실한 베토벤은 지휘자 옆에 서있다. 4악장에 이르러 환희의 테마가 잠깐 등장한다. 베토벤의 귀에도 뭔가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소리, 늙고 병든 베토벤 눈 앞에 어린시절의 영상이 떠오른다. 허름한 2층 다락방. 오늘도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아들을 부른다. 공포의 밤. 창문을 뛰어넘어 소년은 도망친다. 달빛 밝은 숲길을 무작정 내달리다 어느 호숫가에 다다른다. 그리고 웃옷을 벗고 호수에 몸을 누인다. 단 한번이라도, 어린 아들이 마음으로 듣고 있는 별들의 노래를 인정해 주지 않던 그 아버지를 피해 자연의 품으로 돌아와 그 속에 누워있는 소년 베토벤. 그때 소년의 갸냘픈 몸 위로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환희의 송가'가 그 별들과 어우러져 우주 공간으로 한없이 퍼져 나간다. 음악과 영상이 완벽하게 조화된 이 장면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96. 글렌굴드에 관한 32개의 단편(Glenn Gould) 캐나다/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 1994년
이 전기 영화는 생애의 순서에 의하지 않고 32개의 짧은 에피소드나 이미지들을 나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글렌 굴드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반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32개 단편의 배열은 다름 아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순서와 구성의 차용을 뜻한다. 두서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렌 굴드의 삶의 태도처럼 이 영화의 양식 역시 일정한 양식이랄 것이 없다. 다양하게 변주되어 가는 굴드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황량한 겨울의 벌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흐르며 굴드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시절이 회상된다. 세살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운다. 바흐의 음악이 그를 신비의 세계 속으로 몰고 가고 열 살이 되던 해에는 이미 평균율 1권을 마스터하게 된다. 한여름에 두꺼운 코트와 장갑까지 낀 글렌 굴드. 마치 이 세상과의 어떤 접촉도 두려워하는 듯 그는 전신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어떤 카테고리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지나친 과장을 요구하는 연주회장의 분위기를 증오하면서 1:0의 비율로 청중을 무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청중을 의식할수록 거짓된 연주가 나오고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바흐의 영국 모음곡 5번의 프렐류드가 흘러나온다. 함부르크의 호텔방. 굴드는 자신의 방을 정리한 뒤 나가려는 하녀를 불러 앉혀놓고 자신이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 OP.27-1을 들려준다. 처음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불안 해 하던 하녀도 그의 연주 속에 깊이 빠져들고 황홀해 한다. 이런 식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나의 단편마다 음악이 삽입된다. 굴드의 연주는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분명한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그 유니크한 음악적 논리에는 영화 속의 하녀가 그러했듯이 그 누구라도 설득 당하지 않을 수 없다.

97. 플래툰(Platoon) 미국/ 올리버 스톤 감독/ 120분/ 1986년
톰 베린저, 찰리 쉰, 윌렘 데포등이 나왔던 월남 전쟁영화의 수작이다. '디어헌터'와 더불어 월남전을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던 영화로 소련제 총으로 자신의 동료미군을 사살하는 라스트 신이 압권.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쓰여 큰 인기를 누렸다. 바버의 아다지오는 영화의 처음부터 흘러나와 앞으로 벌어질 비극적인 내용을 암시한다. 1967년 캄보디아. 테일러(찰리 쉰)와 동료 신병들이 방금 부대에 도착했다. 어지러이 움직이는 병력, 지프와 헬리콥터들. 신병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고참들. 신병들은 곧바로 정글 한복판으로 투입된다. 고단한 생활의 시작. 그 자세한 내용은 주인공 테일러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독백하는 형식으로 사이사이에 내레이션된다. 대학에 다니던 테일러는 학교 생활에 별 의미를 못 느끼고 중퇴, 자원 입대했다. 그는 유복하게 자랐지만 왜 가난한 사람들만이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터였다. 비가 오는 정글에서 벌어진 첫 번째 총격전,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다. 밤이 되면 병사들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숨막히는 전쟁의 불안과 고통을 잊으려 한다. 68년 새해가 밝았다. 병사들은 한차례의 총격전 후에 흑인 병사가 베트콩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것이 발견됐다. 이에 흥분한 병사들은 마을에 내려가 불을 지르고 몇 몇 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한다. 테일러 자신도 흥분한 상태였지만 동료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잔혹성에 오히려 당혹해 한다. 이때 바버의 아다지오가 흐른다. 이 비극의 현장에서 병사들 몇이서 한 어린 소녀를 윤간하려 하는데 테일러는 짐승 같은 놈들이라며 소녀를 구해준다. 또다시 진군. 아다지오가 흐른다. 그것은 고단함, 지침, 그리고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절망의 신음소리에 다름 아니다. 악랄한 반스와 정의로운 라이어스의 반목은 또 하나의 갈등으로 등장한다. 결국 퇴각 중에 반스는 라이어스에게 총을 발사하고 혼자 돌아온다. 헬리콥터가 떠오르자 정글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죽은 줄 알았던 라이어스가 베트콩들에게 쫓기며 서서히 함몰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된다. 느린 동작의 화면과 아다지오. 만약 이 영화에 바버의 음악이 쓰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매우 썰렁했을지도 모른다.

98. 하워즈 엔드(Howards End) 미국/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앤소니 홉킨스, 엠마톰슨
E.M.포스터 원작의'하워즈 앤드'는 두 자매를 중심으로 하워즈 엔드라는 런던 교외의 저택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그려나간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드라마를 전개해 나간다. 첫 머리부터 강한 암시를 줘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첫사랑에 실패한 헬렌(두 자매 중 동생)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런던의 어느 렉쳐 콘서트에 간다. 남녀가 피아노 듀어로 베토벤 '운명' 1악장을 연주하고 있다. 높은 성부를 맡아서 연주하던 남자가 피아노에서 일어나 설명을 한다. “일반적으로 이 교향곡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소리라고들 하는데 그 뜻을 아십니까? 장엄한 드라마를 죽음의 역경 속에서 최후의 승리를 진군해 나가는 영웅의 투쟁을. 그러나 3악장에서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라 악귀죠.”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여자가 3악장의 한 부분을 연주해 보인다. 연주되는 가운데 해설은 계속된다. 그 어투는 매우 연극적이다.“외롭고 고독한 악귀가 우주를 넘나들며 거닐고 있는 듯...” 그때 헬렌이 일어나 연주회장을 빠져나가고 갑자기 한 노인이“왜 하필 악귀요?”하고 항의한다.“부정의 정신을 의미하니까요”“그게 왜 하필 악귀냐고?”“공포와 허탈. 악귀는 바로 그걸 의미합니다.” 이때 헬렌 옆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도 연주회장을 빠져나간다. 카메라가 남자의 뒷모습을 비추는 동안 불길한 3악장은 계속 흐르고 설명이 이어진다. “단조는 공포를 장조는 숭고함을...”그 젊은 남자는 자기 우산을 들고 가버린 헬렌을 뒤쫓는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복선이 깔려있다. 피아노 독주가 갑자기 관현악으로 바뀌는 것에서도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언니와의 대화에서도 그것은 의도적으로 나타난다. “그 해설자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더군. 음악에 무슨 문학적 의미가 있단 말이야?” 그러나 이드라마에서 음악은 하나의 불길한 계시로서 확실한 의미를 갖고 있다. 콘서트에서 만난 두 남녀는 급기야 불륜의 사랑(유부남이다)에 빠지고 아이를 배고 그 때문에 남자는 하워즈 엔드에서 죽임을 당한다. 베토벤의 '운명'이 다시 흐른다.

99. 피얼리스(Fearless) 미국/ 피터 위어 감독/ 110분/ 1992년
의미 없고 공포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 그리고 사회적 성공까지 거머쥔 맥스는 사업차 휴스턴행 비행기를 탄다.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는 엔진 고장으로 산산조각이 나서 추락했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완전한 평화의 상태를 체험한다. 그는 죽지 않았다. 이 새로운 체험으로 그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들을 버리고 거짓 없고 자비로운 선인으로 돌변한다. 그의 행동은 마치 광야에서 돌아와 복음을 설파하는 예수의 모습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맥스는 예전부터 딸기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신비한 빛과 마주친 이후부터 아무렇지 않게 딸기를 먹었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맥스는 딸기를 입에 넣는 순간 알레르기 쇼크로 쓰러지고 만다. 한 알의 딸기로부터 시작된 그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위기는 맥스가 돌아온 현실의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 3번의 3악장이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영화 제목 속의 '공포'(Fear)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대인이 겪어야 하는 매일 매일의 삶을 의미한다. 맥스는 고레츠키 교향곡 제 3번 '슬픔의 노래'를 따라 그 나마 위안을 받으며 현실을 삶. 그 공포 속으로 다시금 끌려들어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결정만으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현대의 삶은 가공할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음악과 영화는 말하고 있다.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지는 고레츠키의 교향곡은 현대인의 무거운 어깨를 다독이는 듯하다.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 3번 '슬픔의 노래'외에도 펜데레츠키의 '폴리모르피아'가 흘러나오고 부록 CD에 수록된 것은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모리스 자레의 '맥스'와 뒤미사니 마레르의 '마이 노치포'라는 곡이 맥스 즉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100. 파리의 제퍼슨(Jefferson in paris) 미국/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1995년
제임스 아이보리는'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남아있는 나날들'등 상류사회의 고급스런 분위기의 작품들을 남긴 헐리우드에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감독이다. 이 영화 '파리의 제퍼슨'도 앞의 영화들과 비슷한 분위기와 색채를 느끼게 한다. 그런 상류사회의 시대적 분위기에 클래식이 나오지 않는다면 뭔가 허전할 터이다. 이 영화에서는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라 폴리아'가 주요한 음악으로 쓰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정치가이자 작가, 철학자, 건축가, 발명가로 다재 다능했던 제퍼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기작가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던 그는 특히 흑인 노예와 벌인 스캔들로 미국 사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한다. 이 영화는 1873년 샐리 헤밍즈의 아들인 매디슨 헤밍즈의 진술을 받아들인 폰 엠브로디의 원작 '토마스 제퍼슨-상세한 역사'에 기초하고 있다. 메디슨 헤밍즈는 제퍼슨이 어머니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며 자신과 형제들을 해방시켜준 친아버지라고 감히 주장하고 있다. 제퍼슨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단호히 부인했지만 이 소문은 매디슨이 발설하기 이전에도 수 십년간 제퍼슨을 따라다녔다. 1802년 제임스 캘린더에 의해 처음으로 활자화된 이 사건은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에 의해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영화는 메디슨 헤밍즈가 진술하고 기자출신인 폰 엠 브로디가 받아 적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독립전쟁 직후인 1785년 토마스 제퍼슨은 버지니아를 떠나 당시 루이 16세 치하의 프랑스 대사로 부임한다. 사별한지 얼마 안 된 아내와의 추억을 지닌 채 큰 딸과 제임스 헤밍즈라는 혼혈 노예와 같이 파리에 도착한 제퍼슨. 파리 사교계의 환대를 극진히 받는 제퍼슨은 한 영국화가의 부인 마리아 코즈웨이와 열애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이 여인은 어느 상류사회의 모임에서 하프를 타며 노래를 한다. 이 노래는 제퍼슨의 편지에 영감을 받아 실제로 그녀 자신이 작곡한 목소리와 하프를 위한 '송스 앤 듀엣스'였다. 제퍼슨은 그녀에게 완전히 사로잡힌다. 악기 연주에 능했던 두 사람은 코렐리의 '라 폴리아'를 멋들어지게 연주한다(실제 연주는 초기음악이 권위자 윌리엄 크리스티의 쳄발로와 히로 구로사키의 바이올린이 맡았다). 정치가의 바이올린 연주가 이채롭다. 다시 '라 폴리아'몇 소절을 같이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음악은 장면장면 배경음악으로 아주 은은하게 깔려 나와 두 사람의 사랑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영화에는 '라 폴리아'외에도 18세기 파리를 풍미했던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사키니의 오페라 '다르다누스'의 한 장면도 나와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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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2SKLife